일기를 쓰는 데는 별 목적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저 쓰고 싶어서 쓰는 것뿐이다. 우선 일기에는 아무런 격식이 필요 없다는 점이 그렇고, 써도 좋고 안 써도 좋다는 점이 그렇고,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그렇고, 따라서 아무런 가식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그렇다. 그러니까 일기는 무한히 자유로운 마음으로 쓰는 글이다. 어떤 날은 일기를 몇 장씩 길게 쓸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날은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때로는 며칠씩 쓰지 않는 일도 있겠지만 일기를 쓰지 않았다는 것도 또한 그의 생활의 한 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일기는 자신의 생활 행적이나 마음의 흐름을 기록한 자기 생활의 비망록이기도 하고, 자기 생활의 거짓 없는 기념탑이기도 하다. 일기는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기록이 아니니까, 그 속에는 정말 벌거벗은 자신의 모습을 기록할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의 참모습을 들여다보노라면, 그것은 자연히 자기 반성이 되고 따라서 인격적인 면에서 수양도 된다. 또 그렇게 날마다 짧건 길건 문장을 씀으로 해서 문장력도 증진될 것이고, 일기를 쓰기 위해 하루 생활에 대한 주의력도 생긴다. 또한 하루 생활 중에서 어떤 사건을 추려내는 작업, 즉 문장으로 기록하기 전에 머리 속에서 소재를 정리하고 그것을 구성하는 훈련도 하게 된다.
일기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서 쓰는 글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짓 없는 기록 그것이다. 따라서 형식은 어떻게 쓰든 자신의 취향대로 하면 되고 꼭 아름다운 문장이 아니어도 된다. 일기는 그날그날의 사건을 적어 두는 비망록식 일기와, 그날 하루 자기의 심경을 기록하는 마음 중심의 일기로 나누어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두 형식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고 이 두 가지가 적절히 조화되어 기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기에는 꼭 날짜를 기록해야 한다. 만약 날짜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비망록식의 일기일 때는 나중에 전혀 참고가 되지 못하고, 또 자기의 심경을 기록한 감상 일기라고 해도 기록한 시간이 모호해지므로 일기로서의 가치를 잃게 된다. 그러니까 일기에서는 날짜가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된다. 다음은 날씨 기록도 날짜와 함께 매우 중요하다. 사람의 감정은 그 날의 날씨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맑음, 흐림, 비, 눈, 비온 후 갬 등으로 간략히 적어 두면 훗날 일기를 읽을 때 그 날의 날씨를 짐작할 수 있어서 문장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장소와 고유명사는 정확하게 기록하여야 한다. 이도 역시 훗날 일기를 읽었을 때 그 일기가 생동감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